25일 1990년대 인기 밴드 015B 초창기 멤버인 조형곤 백석대학교 교수가 이날 오전 향년 5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고 조형곤은 1988년 연세대 토목공학과 재학 당시 합류한 무한궤도가 '그대에게'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1989년에는 정석원, 장호일 등과 함께 015B를 결성해 팀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면서 4집 앨범까지 참여했다.이어 미국에서 버클리 음악대학교 음향공학과에서 공부했다. 1993년엔 친형인 조형민과 '삶 사람 사랑'이라는 팀을 결성해 앨범을 발표했으며, 이후 백석대학교 실용음악과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015B 멤버인 장호일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015B의 베이시스트이자 우리의 동료였던 조형곤군이 오늘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다녀왔습니다. 아름다웠던 시절을 함께했던 동료의 갑작스런 소식에 아직도 경황이 없습니다라며 형곤아 아주 오래전 네 방에 모여 피아노를 치며 같이 연습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한데..."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3호실이며 발인은 27일이다. 장지는 분당 메모리얼 파크다.
한편 015B (공일오비)는 1990년에 결성된 한국 최초의 프로듀서 그룹이다.신해철을 주축으로 했던 구 무한궤도 멤버 중 정석원, 조형곤, 조현찬이 정석원의 형 장호일과 함께 1990년에 결성했고, 같은 해 그룹 이름과 동명의 앨범으로 데뷔한다. 그룹명인 015B는 무한궤도 OB들로 멤버가 구성된 탓에 0=무, 1=한, 5B=OrBit(궤도)로 해석하기도 하고 한자로 '空一烏飛(하늘에 한마리의 까마귀가 날다)'라고 표지에 쓴 앨범도 나오기도 하는 등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이전까지 한국 가요계에서 가장 중시되었던 보컬을 앨범마다 곡 분위기에 가장 잘 맞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 지망생을 보컬로 기용하는 객원 가수 제도를 도입해 윤종신 등 많은 실력파 가수들을 발굴해냈다.
하우스 뮤직을 기본으로 하며, 복고, 메탈, 현악 어레인징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른다. 리메이크, 샘플링, 백마스킹, 인더스트리얼 등 매 앨범마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1990년대 초반 MBC 표준FM 주말 프로그램 중 컴퓨터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정석원과 장호일은 그 프로그램에서 컴퓨터 음악을 다루는 꼭지의 패널로 나왔다.
015B은 1집, 2집 때까지만 해도 크게 대중적인 이미지의 그룹은 아니었다. '텅빈 거리에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의 히트곡이 나오기는 했지만 텔레비전(특히 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도 아니었고, 팬들 또한 대학생 또는 매니아층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집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건 물론이고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까지 하면서 015B는 그야말로 젊은 층으로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단순히 인기만 얻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적인 곡들을 발표하는 아주 감각적이고 스마트한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또한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의 평가대로 정석원과 장호일이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점, 그들과 함께 참여하는 객원 가수들 또한 고학력자가 많다는 점에서 풍기는 엘리트적인 이미지와 객원 보컬이라는 당시로선 새로운 운영 방식이 크게 작용했다.
4집에서 또 한 번 메가히트를 치게 되는데, 93년 여름에 발표한 '신인류의 사랑'은 그 해 최고의 인기곡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5집에선 나미의 '슬픈 인연'과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리메이크해서 다시 한 번 붐을 일으켰다. 1996년 소속사를 대영AV에서 LG미디어로 옮겼고, 24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6집 수록곡인 <콩깍지>로 짤막하게 활동했다.
2001년에 장호일과 정석원은 이가희라는 신인 가수를 발굴하여 powered by 015B라는 타이틀로 이가희 1집을 발매했다.
2006년 'Final Fantasy'라는 이름으로 1만 장 한정발매된 후배들의 헌정 앨범 격 스페셜 리메이크 앨범 속에 신곡 2곡을 실으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2012년에는 싱글 "짝", "Let me go", "80" 등을 연이어 발표하기도 했으나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이후 잠시 긱스, 크루셜 스타, 리미 등이 소속되어 있던 흑인음악 레이블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로 옮겨 활동하기도 했으나, 얼마 안 가 정석원은 윤종신의 미스틱89에 프로듀서로 들어가 활동하게 되고, 장호일은 'EZEN'이라는 밴드를 결성해 SM엔터테인먼트가 후원하는 인디레이블 '발전소'에 속하게 되면서 잠시 활동 방향이 달라졌었다.
2018년, 015B의 자체 레이블 '더공일오비'를 만들었다. 신곡 시리즈 'New Edition'과 셀프리메이크 시리즈 'The Legacy'를 런칭하였다.
2019년, 1년간 발표한 싱글을 모은 앨범 'Yearbook 2018'을 발매하였고, 이후 계속 새로운 음원을 발표하고 있다